언젠가 내 걸어간 발자욱이 차게 식거든
자리마다 한 송이 꽃을 놓아줘
안개꽃 꽃송이를 정성스레 따다 모아
함박눈처럼 희게 뿌려줘
꽃의 그림자, 꽃길에 서린 그림자,
거기에 내 마음도 묻어줘
차게 얼어붙은 땅에 내 마음만큼
동백이 피길 기도해줘
옅은 자주색 안개를 헤치고
회색의 평원을 걸어
나는 한 그루 메마르고 거친 나무처럼
우두커니 여기에 섰어
바람이 숨을 앗아간 땅에서
얼음이 생명을 긁어간 땅에서
꽃 한 송이를 찾아 오래도록 거닐었어
나는 아무 말 없이 네 품에 가득
봄을 안겨주고 싶었어
.
기억하니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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